역사의 향기를 간직한 삼척 말들

가. ‘등신’

‘等身人形’에서 온 말로 보입니다.

진수의 『삼국지(三國志)』를 보면 ‘死孔明走生仲達’이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곧 ‘죽은 제갈공명이 산 사마중달을 달아나게 했다’는 내용입니다. 오장원이라는 곳에서 서로 대치하고 있을 때 제갈공명이 건강이 극도로 나쁘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사마중달은 제갈공명이 죽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별을 관측하던 태사관으로부터 장수별이 떨어졌다는 보고를 받고 공격을 개시합니다. 그러나 손에 학 날개로 만든 부채를 잡고 수레의 단정히 앉아있는 제갈공명을 보고 혼비백산했다는데, 수레에 탄 것은 죽은 제갈공명의 ‘등신인형(等身人形)’이었다고 합니다. 등신인형은 인형일 뿐이지요. 그러니까 인형같이 아무 생각도 없고 자신의 의지도 없이 살아가는 사람을 빗대어 말할 때 삼척에서는 ‘이런 등신 같은 놈’이라고 합니다. (제갈공명)


                                                   


나. ‘진시’

‘진시황제’를 이르는 말로 보입니다.

진시황제는 인간이라면 예외가 없는 생로병사를 거부했기 때문에 바보로 조롱을 당 합니다. 진시황은 진나라 처음[始] 황제라는 말이 줄어서 된 칭호입니다. 진시황에게는 출생의 비밀이 있었지요. 겉으로 알려진 혈통상의 아버지는 장양왕 자초입니다. 그러나 생부는 그 당대 최고 장사꾼 여불위요, 생모는 여불위의 애첩 하희입니다. 자초는 여불위집에 놀러갔다가 예쁜 하희에게 반하여 여불위의 아이를 임신한 줄도 모르고 자신에게 달라고 하여 아내로 삼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시황제의 생모 하희는 태후가 되고 아들 정이 장년이 되어도 여불위와 관계를 원했습니다.

그러나 여불위는 둘의 관계로 화가 미칠까 두려워 머리를 굴려서 한 가지 꾀를 냅니다. 거시기가 센 놈을 은밀히 구해서 하태후에게 붙여주려는 계략이 그것입니다. 그것도 가짜 환관으로 둔갑을 시켜서 자연스럽게 즐기도록 했습니다. 과연 그 계략은 절묘했습니다. 왜냐하면 녀석은 거시기가 커서 중국 천하에서 선발 된 걸물로 이름은 노애라는 놈이었습니다. 노애는 오동나무로 작은 수레를 만든 다음, 거시기를 바퀴의 축에 끼워 빠르게 돌리기도 했답니다. 이 일은 하나의 기문(奇聞)이 되어 함양성에 널리 퍼져나가 간택되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하태후는 아주 만족했답니다. 그래서 하태후는 점괘를 핑계로 따로 궁전을 만들어 노애를 가짜 환관으로 둔갑시켜 나가 살았습니다. 둘 사이에서 아이도 두 명이나 태어났습니다. 진시황이 죽으면 뒤를 이으려고 까지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권세와 부를 차지하게 된 노애는 하인을 수 천 명이나 거느리고 부하도 수 천 명이 넘었습니다. 권력과 돈 등 모든 것을 다 쥐게 된 것으로 착각한 녀석은 언행을 조심하지 않고 도박을 즐겼나 봅니다. 그러다가 돈을 잃었는데 속임수를 쓰는 사기 도박꾼과 멱살을 잡고 싸움이 벌어졌습니다. 그리고는 해서는 안 되는 천기를 누설 해버렸습니다.

‘이거 놓지 못해! 내가 누군지 알아, 이래도 태후마마의 정부가 되는 귀하신 몸이야!’

세상 사람들은 다 아는데도 진시황은 생모와 생모의 정부 여불위 그리고 또 다른 생모의 정부인 노애 등 세 사람의 행각이 이토록 문란했는데도 모르고 살았으니 ‘바보 같은 황제’ 소리를 들을 만 했을 것입니다. 또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무슨 일을 해지기 전에 마치자고 재촉할 때 사정도 모르고 재촉만 하는 사람의 어리석음을 빗대어 ‘진시황이 만리장성 쌓는 줄 아느냐’로 말해왔습니다.

실제 만리장성 축조공사에서 죽은 자가 수없이 많아 만리장성을 시체로 쌓은 성이라 합니다. 또 세상에 없는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들이고도 약을 찾아 나선 사기꾼들에게 계속 속기만 하면서 죽기를 거부한 어리석은 진시황을 빗대어 바보라고 하는 말이 생겨났을 것입니다.

삼척사람들에게 당대 천하 최고의 황제를 조롱하는 말이 남아있다는 것이 기이합니다만, 삼척의 선주민들 중에는 북방에서 남방으로 이주해 온 사람들이 일부 있었다고 유추해석을 할 수 있겠습니다. 


                                               

진시황제 초상화

다. ‘여버리’

위에 나오는 ‘여불위(呂不韋)’를 이르는 말로 보입니다.

하태후와 관계가 드러나자 노애는 태후의 인장을 사용해서 자신의 부하들을 모아 반란을 일으킵니다. 진시황은 노애의 삼족을 멸하고, 노애의 부하들을 촉나라로 내쫓았습니다. 그리고 어머니 하태후를 유배하고 이복형제들도 모두 죽입니다.

여불위는 당대 으뜸가는 대재벌로 중부(仲父)라는 최고의 경칭을 받던 인물이었습니다. 또 낙양에 10만 호의 식읍을 받던 사람입니다. 여불위는 학문에 대한 열정도 남달라서 평소에 많은 선비들을 불러들여 자신을 낮추고 후하게 대접하니 식객이 사천 명에 달하고 하인이 만 명이나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식객들에게 각기 들은 바를 기록하게 하여 20여만 자나 되는 책을 편찬하고서 이 책에 대하여 도성 문에 대자보를 붙여놓았습니다. ‘이 책에서 단 한 글자라도 보태고 뺄 수 있는 사람에게는 천금을 주겠다’ 하였습니다. 이 책이 그 유명한 『여씨춘추(呂氏春秋』입니다. 후세에 훌륭한 문장을 ‘일자천금(一字千金)’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이런 고사에서 유래된 것입니다.

여불위는 진시황제의 선왕인 장양왕을 받든 창업공신이었기에 괄시하기가 어려운 인물이었습니다. 게다가 당시 대부분의 유력자들이 여불위를 위해서 변호하는 인물이 많아서 함부로 법을 적용하기도 어려웠다고 합니다만, 사실은 진시황 자신의 친아버지라서 주저하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일단은 여불위를 파면하고 하남지방으로 유배를 보냅니다. 그러나 여불위의 유배지 주변에는 수많은 방문객들이 문전성시를 이루어 그 세력이 커져 감을 보고 받은 진시황은 위협을 느껴 여불위에게 촉나라 추방을 최후 통첩합니다. 자신의 처지를 뒤늦게 알아차린 여불위는 자신이 만들어 두었던 새의 깃털로 만든 독약을 스스로 마시고 죽었습니다.

공자는 제자 자장과 대화를 통하여, 다음과 같이 문답을 나누었습니다.

자장: 선비는 어떻게 하면 달(達)하였다 할 수 있습니까?

공자: 네가 말하는 달이란 무엇이냐?

자장: 어디에 있을지라도 반드시 소문이 자자한 것입니다.

공자: 그것은 소문이지 통달이 아니다. 통달이란 한결같이 바른 성질이라서 의를 좋아하고, 주의가 깊고 동정심이 많고 겸손하여 자신을 낮추는 것이다. 그러나 소문만 내는 사람은 겉으로는 어진 듯하나 행동은 그 반대로 하면서 자신의 언행을 되돌아보지 않는 인물이니 어디에 있을지라도 반드시 나쁜 소문이 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論語』「顔淵篇」‘子張問 士何如 斯可謂之達矣 子曰 何哉 爾所謂達者 子張對曰 在邦必聞 在家必聞 子曰 是聞也 非達也. 夫達也者 質直而好義 察言而觀色 慮以下人 在邦必達 在家必達 夫聞也者 色取仁而行違 居之不疑 在邦必聞 在家必聞’

사마천은 이렇게 지적했습니다.

‘공자께서 지적하신 문한 사람은(문하나 달하지 못한 인물’이란) 여불위를 가리킨 것이 아닐까?’『史記』「呂不韋 列傳」‘孔子之所謂 ‘聞’者 其呂子乎’

옛날부터 삼척 어른들은 중국 천하에서 최고의 권력과 명예와 부를 누린 여불위가 여자문제 하나 제대로 해결하지 못해서 독배를 들고 죽은 바보와 같은 인물이라고 조롱하여 왔습니다.

‘어허! 저런 달부 진시, 여버리 같은 놈!’

‘저런 여불떼기 같은 놈’

여부위 책이 무려 6권으로 출판되었다

라. 젠병

떡의 한 종류인 ‘煎餠’에서 온 것 같습니다.

‘전병’은 햇 밀가루를 묽게 반죽하여 둥글게 지져낸 밀전병, 진달래·국화 등의 꽃잎을 붙여서 지진 화전(花煎), 깨소금과 계피가루를 넣고 꿀로 반죽한 소를 넣어 지진 부꾸미, 찹쌀가루로 송편처럼 만들어 팥소를 넣어 지진 주악, 녹두반죽에 팥소를 넣어 지진 병자(餠子)가 있습니다. 모두 기름을 칠한 번철(燔鐵)에 지지기 때문에 유전병이라고도 합니다. 그런데 이 전병은 부쳐서 잠시만 지나도 눌러 붙고 멋대로 뒤틀려서 떡 모양이 형편없이 되어 버립니다. 이렇게 형편없어진 전병의 모양에 솜씨를 빗댄 말이 젬병입니다.

마. 뜰꿍

삼척 말에 바보를 지칭하는 사투리로 ‘뜰꿍이’이라는 말을 합니다. 이 ‘뜰꿍이’는 바로 라마교 즉 티벳불교의 ‘trulku’라는 말에서 왔습니다. ‘뚤구’는 ‘윤회과정에서 전생의 존재가 확인된 사람’을 뜻하는데, 달라이라마도 13대 달라이라마의 뚤구로 티베트 불자들은 믿습니다. 그런데 왜 바보와 같은 존재로 말할까요? ‘뚤구’는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태어난 즉 윤회하는 중생으로 살아가는 불쌍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스스로 환생을 하면 ‘뚤구’라 하지 않고 ‘린포체’라고 합니다.

환생한 링린포체

바. 민경

‘明鏡止水’에서 온 말로 불교에서 온 말입니다.

‘이 집 새댁은 살림살이를 민경 알처럼 해 놓고 사네.’로 사용되는 용례가 대표적입니다. 여기서 ‘민경 알’은 ‘유리알’ 또는 ‘거울’이라는 말로 쓰이는데, 사실 ‘민경’은 ‘명경지수(明境止水)’라는 불교의 용어입니다. 명경지수는 가식․잡념․허욕이 없는 맑고 깨끗한 상태를 이릅니다. 수도승들은 늘 마음의 상태를 명경지수의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용맹 정진해야 합니다.

사. 삭신

삼척지방 나이가 많이 드신 분들은 논밭에서 고된 일을 마치고 밤이 되면 고통을 토해내면서 이런 말을 합니다.

‘아이고, 온 삭신이 팍팍 쑤시는 구나!’

‘삭신’은 원래 불교에서 인간의 몸을 일컫는 ‘색신(色身)’에서 온 말입니다. 붓다의 몸이 다르마(dharma)로 이루어진 결정체라는 의미로 ‘법신(法身)’이라고 하는데, 색신은 법신의 상대되는 말입니다. 한편 불교에서 인간의 몸 즉 색신을 구성하는 요소를 ‘오온(五蘊)’이라고 합니다. 오온은 색수상행식(色受想行識)의 다섯 가지 요소를 말합니다. 이중에서 ‘색온(色蘊)’은 스스로 변화하고 또 다른 것을 장애를 하는 물체 곧 ‘body’를 말합니다.

아. 아망

삼척지방 어른들은 남이 잘되는 것을 배 아파하고 못된 마음씨를 드러내는 고약한 심보를 지닌 사람을 이렇게 말합니다.

‘그 사람은 아망이 많아’

‘아망’은 ‘我慢’이라는 불교 말이 변한 것이고, 아만은 산스크리트어로 ‘Ātma-mana’ 또는 ‘ahamkara’라는 말입니다. 아트마나는 자아의식과 아집 그리고 교만이 결합된 말입니다.


자. 마카

‘莫上莫下’에서 온 듯.

‘앗소! 이거 마카 아부라 얼마요?’가 대표적인 용례입니다.

‘앗소’는 ‘옛소’ 즉 ‘여기 있소’가 변한 것이고, ‘아부라’는 여럿이 조화되어 한 덩어리가 되게 하는 뜻의 ‘아우르다’에서 온 말입니다. 그렇다면 ‘마카’는 도대체 어디서 온 말일까요? ‘막상막하(莫上莫下)’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느 것이 낫고 어느 것이 못하다’라고 밝혀 말하기 어려울 만큼 차이가 별로 없다는 뜻입니다. ‘난형난제(難兄難弟)’, ‘백중지세(伯仲之勢)’와 같은 의미의 말입니다. 그리고 ‘막하(幕下)’는 ‘주장이 거느리는 장교와 종사관’이라는 사전풀이로 보아 ‘모두’라는 말입니다. 신기철․신용철 공저 ꡔ새우리말 큰 사전ꡕ 「상」편 1086쪽을 보면 ‘막하’란 강원도와 경상도에서는 ‘모두’라는 뜻으로 쓰는 말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요, 이것 모두 합해서 얼마입니까?’라는 말이 됩니다. 그리고 다방에서 ‘우리 마카 커피 주세요.’라고 한다면 ‘우리 모두 커피 주세요’라는 말입니다. 또 일본의 스모 경기 대진표를 보면 상위 진출자를 ‘幕下上位’라고 합니다.

차. 이비 지지

사리 분별력이 없는 아기가 화롯불이 있는 곳으로 엉금엉금 기어갈 때 어른들의 입에서 한결같이 튀어나오는 말이 있습니다.

‘이비야! 지지다!’

‘코 베어 간다. 귀 베어 간다. 가지 마라. 조심해라 아가야’라는 말입니다. 즉 ‘이비’는 ‘귀[耳]’와 ‘코[鼻]’요, ‘지지’는 ‘멈추어라[止止]’입니다. 그러니까 왜란 때 왜놈들이 전과(戰果)의 증표로 코와 귀를 잘라 본국으로 보내는 만행 앞에 어른들이 어린 자식의 코와 귀를 조심하라는 당부가 담긴 애절한 절규입니다. 일본에 있는 코무덤[鼻塚]과 귀무덤[耳塚]이 코 영수증과 함께 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본 京都에 위치한 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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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4.28 09:2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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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아, 난 당신이 쓴 기사를 좋아!